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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의 일기 26/06/08
  • 작성자 김정은
  • 조회수 17
2026-06-08 04:27:18

기차여행

 

우리는 처음부터
같은 열차를 탄 것은 아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계절을 지나오다가,
어느 정거장에선 후니오빠가 먼저 올라탔고
또 다른 정거장에선 정은이가 조심스레 올라탔다.
 

처음 같은 칸에 앉았던 날
나는 창밖의 풍경보다
오빠의 옆모습을 더 오래 바라보았다.

별것 아닌 말에도 마음이 먼저 웃고,
덜컹이는 열차 소리마저
설렘처럼 들리던 날들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우연처럼,
아니 어쩌면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던 길처럼
같은 칸에 앉아
같은 창밖을 바라보게 되었다.


 

지나온 정거장마다
늘 따뜻한 풍경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햇살이 유리창 가득 번져
말없이 웃기만 해도 행복했고,
어떤 날은 서툰 말들이
서로의 마음에 작은 생채기를 남기기도 했다.


 

사랑한다는 마음 하나로는
모든 흔들림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여러 정거장을 지나며 배웠다.


 

그래도 이상하게
나는 아직 이 여행이 좋다.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도
오빠가 곁에 있으면
내 마음은 조금 덜 무섭고,
낯선 곳에 내려도
함께라면 길을 잃지 않을 것만 같다.


 

다만 나는 자꾸 걱정이 된다.


 

오빠가 너무 오래 달리느라
몸이 지치지는 않았을까.
잠 못 이룬 밤들이
어깨 위에 무겁게 내려앉지는 않았을까.


아픈 곳은 없는지,
밥은 잘 챙겨 먹었는지,
오늘 하루도 괜찮은 척
혼자 너무 많이 버틴 건 아닌지.


나는 가끔
오빠의 마음보다 먼저
오빠의 몸이 걱정된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너무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잠시라도 편히 숨을 고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곁에서 조용히 바라보는 것뿐이라면,
나는 오늘도 오빠의 창가에
따뜻한 마음 하나를 놓아두고 싶다.


 

우리의 종착역이 어디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어쩌면 아주 먼 곳일 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이름의 역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바란다.


 

그 길이 조금 느려도,
가끔은 멈춰 서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은 채
같은 풍경을 바라볼 수 있기를.


 

오빠와 함께라면
어느 정거장에 내려도
그곳이 내겐 두렵지 않을 것 같다.


 

오빠와 함께라면
멀고 긴 여행도
끝내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오늘
나는 또 하나의 정거장에서
오빠를 만난다.


 

그 생각 하나만으로도

창밖이 조금 환해진다.


 

무슨 말을 할지,
어떤 표정으로 오빠를 마주할지,
아직은 아무것도 정하지 못했지만
마음은 벌써 오빠가 있는 곳으로 먼저 달려가고 있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이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
오빠의 곁을 조용히 바라본다.


 

그리고 아주 작게 기도한다.


 

오빠가 아프지 않기를,
오늘 밤은 깊이 잠들기를,
정거장에서
우리 둘이 따뜻하게 마주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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